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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 이슈

인플레와의 전쟁은 끝나고 있을까?

by 더블유투자자문 2023. 4. 6.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통계청이 3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4.2%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1년 만에 가장 낮은 오름폭을 보이면서 물가상승이 점점 둔화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는 석유 가격 하락의 영향이 가장 컸다는 분석입니다. 

 

지난달 한국은행 총재가 언급했지만, 작년 3월에 원유가 배럴당 90불에서 130불까지 요동을 쳤기 때문에 그 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이 둔화할 것이라 전망한 바 있습니다. 현재 유가가 작년 대비 크게 하락한 상황이라서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가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이 다수입니다. 그렇기에 한국은행은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변수가 등장합니다. OPEC+가 감산을 결정하면서 최근 국제 유가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이 조치로 다시 석유 가격 100불 시대를 점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네요. 어쩌면 인플레와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OPEC+의 이번 결정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현재 상황

연준의장 파월이 늘 강조하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PCE)는 전년 대비 5.0% 상승하면서 예상치 5.1%보다 낮게 나왔습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PCE가 4.6%로 소폭 둔화하면서 전월 4.7%보다 완화된 통계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월 CPI는 5.6%에서 2월 5.5%로 소폭 완화된 통계가 나왔습니다. 물론 그들이 원하는 것보다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실리콘밸리 뱅크 파산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악화한 상황에 다시 돌을 던지지 않은 것으로 만족해야 하겠습니다.

 

게다가 과열된 미국 노동시장의 열기가 식기 시작했다는 지표가 나왔습니다. 미국 노동부는 2월 기업 채용 공고가 993만 건으로 집계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월간 구인 건수가 1,000만 건 밑으로 내려간 건 2021년 5월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입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대규모 감원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연준이 급격한 긴축을 단행한 강력한 근거 중의 하나가 노동시장의 불균형이었습니다. 50년 내 가장 강한 노동시장으로 인해 인플레가 쉽게 꺾이지 않는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그들의 의도대로 노동시장이 드디어 둔화하기 시작했다는 통계가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겠습니다.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이 더 떨어질 여지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죠. 그런데 딱 이 시점에 OPEC+가 감산을 발표했습니다. 이 조치가 인플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투자자는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OPEC+의 기습 감산

현재 외신은 OPEC+의 예상치 못한 감산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작년 10월에 이미 20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결정했고, 사우디가 최근까지도 올해 계획된 물량을 생산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OPEC+가 5월부터 사우디 50만 배럴을 포함해서 연말까지 하루 116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가 올 연말까지 일 50만 배럴 감산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기 때문에 감산 규모는 약 160만 배럴입니다.

 

이 조치로 유가가 즉각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물론 작년보다 여전히 낮은 상황이지만, 다시 석유가 배럴당 100불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조금씩 둔화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투자자는 고유가로 인해 진정 기미를 보이던 인플레이션 불씨가 되살아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다시 활활 타오르면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더 올리거나, 고금리의 상황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싹트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작년 10월과는 달리 미국이 시큰둥한 반응을 내놨습니다. 물론 작년은 높은 물가상승률로 고전하던 시기였고, 올해는 그때와 상황이 다른 이유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여전히 목표하는 범위를 벗어나 있기에 바이든 대통령의 ‘그러라 해’란 반응은 의외라는 것이죠.

 

바이든의 변심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당선과 동시에 제일 먼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에 서명했습니다. 그리고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가장 큰 진전을 이루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실제로 2050년 탄소제로 실현을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란 결과물까지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스텝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원유와 천연가스를 러시아에 의존하던 유럽은 전쟁을 계기로 경제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재제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죠. 유럽은 서둘러 에너지 수입처를 다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까지 방문해서 석유 증산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중국, 러시아와 협력을 더 공고히 했습니다. 미국이 세계 에너지 패권을 잃어가고 있다고 비칠 수도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러자 미국은 자신들의 지지 기반인 환경단체를 등지고, 알래스카 유전개발을 위한 윌로우 프로젝트, 그리고 멕시코만 석유 시추를 승인했습니다. 윌로우 프로젝트는 약 30년간 총 6억 배럴, 하루 2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할 수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멕시코만은 원유 생산량이 윌로우 프로젝트의 두 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스스럼없이 야누스로 변신합니다. 이게 미국의 민낯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OPEC+ 감산에 콧방귀도 뀌지 않는 것이죠.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연준은 작년 금리를 1년 동안 4.5%를 인상했지만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중앙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으로 여전히 돈을 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연준이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에도 금리의 동결보다는 추가 인상을 점치는 비율이 더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은 점진적으로 둔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입니다. 특히 고용의 불균형이 해소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 고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OPEC+의 감산도 예상보다 경제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연준이 곧 금리인상은 멈추지만, 고금리를 한동안 유지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이제부터 고금리를 유지하면서 나올 수 있는 부작용에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연준의 의도대로 경착륙하느냐, 또는 연착륙하느냐를 잘 가려낼 수 있는지가 투자의 키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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