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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 이슈

SVB의 파산은 제2의 리먼 사태일까?

by 더블유투자자문 2023. 3. 21.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2023년 3월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미 역사상 2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이 파산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재 세계 증시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경계해야 하는 부분은 있지만,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분명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지금부터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SVB 파산에 따른 현재 금융시장 상황
 
파산 소식이 전해지기 불과 2일 전, SVB 최고경영자가 1분기 실적과 관련된 주주 서한을 보냈는데 이에 화들짝 놀란 고객들의 뱅크런이 시작되면서 순식간에 회사가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처지의 다른 지방 은행으로 불길이 번지면서 2개의 은행이 연쇄 파산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미국 정부와 연준이 즉각 시장에 개입했습니다.

숨을 돌리나 싶었는데 이 불길은 유럽으로 향하면서 스위스 2위이자, 세계에서 9번째로 큰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집니다. 스위스 정부가 즉각 개입해 약 70조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UBS가 인수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빠른 대응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차단했습니다.
 
그러나 연준이 작년 급격하게 올린 기준 금리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다수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이제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으면 미국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불길이 번질 것이란 두려움이 짓누르기 시작한 것이죠. 이 와중에 유럽중앙은행은 0.5% 기준 금리 인상을 단행합니다. 이로써 미국 연준 또한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다른 은행으로 유동성 문제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시장에 짙게 깔리기 시작합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투자자는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미국 2년물 국채 금리가 폭락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하락하면서 36년 내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8일 5.05%를 기록하던 금리가 20일 현재 3.81%까지 급락하면서 채권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전망에 유가가 최근 80불 선을 고점으로 66불 선까지 하락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리세션을 넘어 2008년을 뛰어넘는 금융위기가 곧 올 것이며, 외환위기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자극적인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2. SVB 파산의 원인
 
실리콘밸리은행은 2020년 코로나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던 것을 계기로 급격하게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시중에 돈이 넘쳐나니 실리콘밸리 테크기업으로 자금이 몰렸고, 이들 기업은 여유 자금을 다시 이 은행에 예치하면서 2021년에만 예금 규모가 86% 늘었다고 합니다.
 
지난 10년의 시간 동안 이지 머니를 토대로 미국 테크기업은 무럭무럭 성장했습니다. 넘치는 유동성이 실리콘밸리로 모여들고, 이 돈은 다시 은행으로 돌아오는 선순환의 사이클이 폭발적인 성장의 배경이었습니다. 여기서부터 그들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됩니다. 너무 많은 자금이 몰리니 마땅한 투자처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죠.
 
그래서 이들은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 국채와 주택담보증권(MBS)에 투자하기로 결정합니다. 당시에는 채권이 최고의 호황을 누리던 시기이니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장기 채권의 금리가 단기 채권보다 더 높기 때문에 만기가 긴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하면서, 여기서 번 돈으로 고객의 원리금을 상환했습니다.
 
금리가 낮을 때는 테크기업의 안정적인 자양분이자 혁신적인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세간의 평가는 그들에게 독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성공보다 실패의 확률이 훨씬 높고,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고 위험한 스타트업 기업 고객으로 편중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또한 자산의 55%로 채권을 매입했으며, 이들 중 75%를 만기보유채권으로 분류했습니다. 즉, 리스크에 대한 대비없이 수익의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춘 포트폴리오가 파국의 원인이 된 것이죠.
 
문제는 2022년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진화하기 위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면서 시작됩니다. 연준은 0.25%에서 4.75%까지 단 1년 만에 금리를 무섭게 올렸습니다. 미국 금융 역사 100년을 놓고 봤을 때, 단 한 차례 있었던 까마득히 먼 약 50년 전 일이 재현될 것이라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니 채권의 가격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최고의 안전자산이라 평가받던 미국 국채에서 손실이 났던 것이죠. 게다가 이들은 보유 채권에 대해 헤지를 하지 않아서 손실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리가 오르자 은행의 주 고객인 스타트업 기업은 자금이 마르게 되고, 은행에 맡겨 놓은 자금을 찾아야 합니다. 대형 은행은 보통 자산의 10%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SVB는 7%대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예금을 지급하기 위해 재무 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불가피했고, SVB CEO는 주주 서한을 통해 이를 밝혔습니다. 매도가능증권 계정의 채권을 눈물의 손절매를 단행합니다. 이에 따라 약 18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하고, 2억 5,000만 달러의 증자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고객들은 계산기를 두드려보기 시작합니다. 현재 채권의 손실 규모를 추정했을 때, 만기보유증권까지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은행이 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빠르게 전염되었습니다. 이에 서둘러 예금주들은 돈을 인출하기 시작합니다. 스마트폰의 활성화로 예전에 발생했던 뱅크런과 비교가 안 되는 속도로 자금이 인출되면서, 불과 하루 사이에 전체 예금의 1/4이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미국 은행 자산 규모 16위에 해당하는 대형사가 무너지기까지 불과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3. 세계 경제는 어디로 가는가?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 국채에 투자해서 손실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세계는 경악했습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곧 세계 경제가 붕괴할 것이란 걱정에 그래도 믿을 건 미국 국채라며 이를 사고 있습니다. 미국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가운데 미국 국채를 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세계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궁 속에 빠져버리자 투자자 사이에 불안감이 2배가 되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기에 현 상황에 대해 일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보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근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붕괴에서 시작되었으나,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금융기관이 얼마나 손실에 노출되었는지 정확하게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반면 SVB는 장부상 매도가능증권에서 손실이 확정된 것이고, 연준이 개입하면서 유동성을 공급하기에 만기보유증권 전체를 손실 보고 팔아야 하는 상황을 막았습니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수정해 금리를 인하하게 될 시에 채권의 가격은 다시 회복될 수 있기 때문에 그때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보입니다.
 
다만 경제는 참여자의 심리에 크게 영향을 받기에 언제든 뱅크런이 재발될 수 있는 위험성에 노출된 점은 분명합니다. 또한 스위스 2위의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흔들리면서 미국에서 시작된 불길이 유럽으로 번진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물론 CS는 작년부터 문제가 된 부분이 올해 주목받은 측면은 있습니다. 그럴지라도 경제란 톱니바퀴가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도록 만드는 윤활유인 참여자들의 심리가 훼손되었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와중에 유럽중앙은행은 0.5% 기준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미국 연준도 기준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음에도, 그들이 원하는 만큼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지 않아서 쉽사리 멈출 수가 없는 것이죠.
 
4. 그래도 희망적인 이유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중앙은행과 행정부 정책의 엇박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은행은 0.75%씩 4번을 인상하는 가운데 미국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같은 돈을 푸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부분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일련의 사태는 지난 10년간의 이지 머니에 대한 청구서이자 부작용이라 봅니다. 제로금리에 너무 익숙해졌기에 역사적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는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인류는 자연스럽게 이에 적응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나오는 최근의 정책은 ‘과거 100년 우리 둘이 잘 해 먹었지만, 앞으로 100년도 우리끼리 잘 해 먹자!’라고 봅니다. 미래 경제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되는 엄청난 돈이 불확실한 세계 경제의 돌파구가 되리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늘 그랬듯이 인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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