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FOMC 파월의 연설문이 공개되었습니다. 지난 12월 0.25% 기준 금리 인상을 했는데 최근 인플레이션과 관련 통계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인상의 폭을 줄인 것이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0.5% 인상, 빅스텝으로 회귀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였습니다. 그러나 SVB 파산을 계기로 해서 미국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기자 연준이 급하게 입장을 선회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작년 12월 FOMC에서 인플레이션 통계가 예상보다 높기 때문에 최종 금리를 상향해서 업데이트한 자료를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3월 FOMC에서 기존 입장과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최종 금리 전망이 유지되면서 이제 한 차례 더 인상하고 동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신 금리 인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다른 추가적인 정책의 강화를 언급했습니다. 즉, 금리 인상은 이제 멈추지만, 긴축은 지속할 것이라 봐야 하겠습니다.
연준은 금리 인상을 진행하는 와중에 지속해서 채권의 매각을 병행하면서 자산을 축소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3개 은행의 유동성을 주입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최근 자산이 많이 증가했는데요. 금리 인상은 곧 멈추지만, 미국 은행 시스템이 다시 안정화되면 이를 다시 축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번 FOMC 연설문의 중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금융시스템의 문제로 금리 인상은 곧 멈출 것이다, 그러나 긴축 정책은 지속하겠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12월 입장 그대로 ‘2024년 말 4.3%, 2025년 말 3.1%’로 다시 한번 못을 박았습니다. 올해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기대는 아직은 성급한 전망이라 판단됩니다. 그럼 이제 세부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SVB 사태에 대한 설명
‘오늘 회의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최근 은행업계에서 발생한 심각한 문제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고자 합니다. 지난 2주간 소수의 은행에서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했습니다. 은행의 유동성 문제가 방치될 경우 건강한 은행에 대한 신뢰까지 약화할 수 있습니다. 가계 및 기업의 예금과 이 돈이 안전하다는 신용을 뒷받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전체 은행 시스템의 능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가적인 설명으로 파월은 ‘재무부와 연방예금보호공사와 힘을 합쳐서 유동성을 주입했고, 미국의 은행은 안전하다!’라고 아주 길게 설명했습니다. 그런데도 현재 미국이 너무 빨리 금리를 인상했고,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미국 금융시스템의 위기가 오고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에 따라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금융시스템의 붕괴가 재발할 수 있고, 이를 넘어 IMF 외환위기의 트라우마를 다시 자극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합니다.
저는 예언가는 아니기에 미국 경제가 붕괴할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연준이 0.25% 금리를 인상했지만, 최근 연준의 자산이 급격하게 다시 늘어나면서 유동성을 주입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대응 추이를 보면 2008년, 2020년의 경험으로 데이터가 쌓인 탓인지 굉장히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은행에 대한 신뢰도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일지라도 현재까지 연준의 대처는 꽤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2. 경기 침체는 시작되었다, 다만 실업률이 문제야!
‘미국 경제 성장률이 작년에 크게 둔화하면서, 실질 GDP 성장률이 0.9%로 둔화하였습니다. 우리의 경제 전망 요약에서 볼 수 있듯이, 실질 GDP 성장의 중간 예상치는 올해 단지 0.4%, 내년에는 1.2%에 불과하며, 장기적인 성장률 중간 예상치에 못 미칩니다. 거의 모두가 GDP 성장률이 하향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 시장은 여전히 매우 빡빡합니다. 2월 실업률은 3.6%로 여전히 낮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취업률이 최근 몇 달간 약간 상승하면서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인력이 부족해서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상황입니다. 경제 전망에 따르자면 실업률은 올해 말 4.5%, 내년 말 4.6%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금리 인상의 효과가 인플레이션을 누그러뜨리는 쪽으로 빨리 나타나길 바라지만 실제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차가 존재합니다. 현재 SVB의 파산이라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타났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은행의 리스크 관리 실패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믿었던 은행의 파산으로 예금자의 심리가 훼손되었지만, 연준이 서둘러 불길을 차단했습니다. 아직 불씨는 남은 상황이지만, 이대로 진화가 될 것인지 또는 대형 산불로 번질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연준이 예상하는 경로대로 미국 경제의 침체가 시작된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작년 실질 GDP 성장률이 크게 둔화하였고, 올해, 심지어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예상보다 미국 경제가 탄탄하다는 이유로 연초에 다수의 기관이 경제성장률을 상향으로 수정했습니다. 그런데도 장기성장률에 못 미치는 침체 국면에 진입하기 시작했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섣불리 통화 정책의 변경을 말하기 힘든 이유는 여전히 빡빡한 노동시장에 있다고 보입니다. 실업률이 3%대라면 사실상 완전 고용의 상황으로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떨어지지 않는 인플레이션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 상황은 1950년대 2.5%를 달성했던 때를 제외하면 역사적 저점 수준입니다. 실질 GDP 성장률이 긴축으로 인해 급격하게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로 갈수록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완화될 것이라 전망됩니다.
3. 금리 인상은 곧 멈춘다, 그러나 긴축은 지속된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장기 목표인 2%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기준으로 PCE는 5.4% 상승했으며, 코어 PCE는 4.7% 상승했습니다. 2월 CPI는 전년 대비 6% 상승했고, 핵심 CPI는 5.5% 상승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작년 중반 이후 다소 완화되었지만, 최근의 이러한 지표 강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경제 전망에 따르자면 올해 PCE의 중간값은 3.3%, 내년 2.5%, 2025년 2.1%입니다. 인플레를 2% 이내로 낮추기 위한 과정은 여전히 험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은 연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요 통계치이니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래 내용이 이번 FOMC의 핵심적인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이전 FOMC 회의 이후, 경제 지표는 일반적으로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났으며, 경제는 여전히 탄탄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 SVB 파산이 없었다면 빅스텝을 밟으려고 했다.
‘그러나 지난 2주간 은행 시스템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가계 및 기업에 대한 신용 조건이 더욱 타이트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경제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 여기서 더 금리를 인상하면 3개 은행의 파산으로 인해 미국 금융시스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사태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아직 판단할 수 없어서, 통화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기에 이르다고 보입니다.’
--> 아직 잘 모르겠으니, 0.25%만 인상해서 추이를 지켜보자.
‘As a result, we no longer state that we anticipate that ongoing rate increases will be appropriate to quell inflation; instead, we now anticipate that some additional policy firming may be appropriate.’
이 부분이 연설의 핵심이라 생각하니 원문 그대로 보도록 합시다
‘이에 따라,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습니다. 대신,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필요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 금리 인상은 곧 멈출 생각이다. 그러나 채권 매각 등의 긴축 정책은 지속될 것이다.
4. 아직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야!
‘경제가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연말 기준금리는 5.1%로 예상하며, 2024년 말 4.3%, 2025년 말 3.1%로 예상합니다. 이러한 전망은 12월 예측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상쇄 적인 요인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SVB 파산으로 인해 최종 금리의 인상 없이 12월 예상치를 변경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기업가와 투자은행 CEO가 한 목소리로 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통화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연준은 ‘연내 인하는 없다’라고 다시 한번 못을 박았습니다. 다만 경제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기에 단서를 달았습니다. ‘우리가 예상한 대로 경제가 흘러간다면’이란 가정법을 써서 말이죠.
연준의 SVB 파산에 따른 조치만 보더라도 만약 미국 금융시스템 전반에 불길이 옮겨 붙는다면 바로 제로 금리로 인하할 것입니다. 아직 연준은 미국 경제가 탄탄하며, 그들의 예상대로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란 기대를 품고 단계적으로 금리를 조정하는 안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수의 예상대로 리세션이 올 수도 있고,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큰 충격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IMF 외환위기를 뛰어넘는 대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파월이 혀를 내두를 만큼 기가 막힌 조종 실력으로 부드럽게 경착륙을 할 수 있을지 이 또한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난 100년 우리 둘이 잘 해 먹었으니, 앞으로 100년도 우리가 다 해 먹자’라고 꺼내든 미국과 유럽의 정책을 믿어볼 생각입니다. 미래 패권 유지를 위한 대대적인 투자가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 상황을 돌파하는 가장 확실한 카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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