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시장의 급격한 침체를 막기 위해 다주택자에게 가해지던 규제를 대거 완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단 3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부과되던 취득세 12%를 4~6%로 인하합니다. 그리고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이 2024년 5월까지 연장됩니다. 규제지역 다주택자 주택담보 대출도 일부 완화하고, 임대 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부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임대 사업자는 일반 다주택자보다 대출의 상한이 더 확대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한마디로 ‘다주택자, 임대 사업자, 니들이 급매물이라도 소화해 줘~’ 이런 정책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불과 작년만 하더라도 활활 타오르던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급속도로 차갑게 식을 것이라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올해 초만 하더라도 제로 금리였던 미국이 1년도 안 되는 사이 기준 금리를 4.5%로 올리면서 우리나라도 이에 보조를 맞춰야 하니 가을과 초겨울을 생략한 한파가 들이닥쳤습니다. 월간 거래량이 IMF 외환위기 직후 수준으로 떨어져 버렸는데, 특별한 어떤 위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이 급감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보통 이런 시기에 얼마 전에 화제가 되었던 ‘빌라왕’ 등과 같은 전세보증금 사기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빌라는 전세가와 매매가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노려 전세금을 젖줄로 보유 주택 수를 늘리게 됩니다. 빌라를 수십 채, 수백 채 보유한 지역이 아파트로 재개발된다면 어마어마한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지금 같은 부동산 침체기가 와서 대출이 끊겨도 전세금을 챙겼으니 일부러 경매로 나가는 것을 방치해도 전혀 손해가 아죠.
진짜 큰 문제는 그들은 버젓이 임대 사업자로 등록해서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손를 끼쳐도 처벌의 강도가 약하다는 것입니다. 법의 사각지대를 노리고 수법도 날로 진화하면서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서민들의 전세금을 꿀꺽하는 것이죠.
이 와중에 다주택자 100명이 2만 2,000채를 소유하고 있는데, 1년 사이 2,000채가 늘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격차는 어쩌면 당연고, 부자들의 노력과 결과는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서민들의 전세금을 토대로 너무 급속도로 부의 편중 현상이 심화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다주택자, 임대 사업자 규제지역 LTV 완화는 부동산 경기의 급격한 침체를 막기 위한 조치로 과연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전세금에 저 정도의 대출이면 집을 추가로 매입하는 데 사실상 걸림돌이 없어진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백약이 무효’란 의견이 다수입니다. 결국 모든 언론이 입을 모아 합창을 하는 DSR 규제 완화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금리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약발은 크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다만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진화하고, 다시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 때, 정부가 마지막 카드까지 써서 모든 규제가 완화되었다면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문제는 현재도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개인 부채비율이 높은데, 부채를 더 팽창시키는 촉매제가 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어쨌든 정부는 불가피한 선택이겠지만, 현 정부는 가계부채란 고름을 디레버리지를 유도하기 위해 메스를 대기보다는 한계가 왔을 때 자연적으로 터지는 방향을 선택했다고 보입니다. 이에 대한 대비를 차근차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우리의 문제가 아니기도 했지만 비교적 쉽게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위기는 예상보다 훨씬 큰 시련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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