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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 이슈

한국은행 보고서를 통해 보는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

by 더블유투자자문 2023. 1. 7.

한국은행 가계부채 보고서

 

최근 한국은행에서 ‘금융안정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 중에서 가계부채와 관련된 부분을 발췌해서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부채는 자본주의 사회 성장의 동력이지만, 반대로 잘 굴러가던 톱니바퀴를 일순간 어긋나게 만들기도 합니다.

 

현대사회의 금융 시스템은 신용을 기반으로 움직이기에, 별일 아니라고 치부했던 작은 균열 하나가 세계 금융시장 전체를 흔들 수도 있습니다. 늘 그랬지만 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투자자들에게 스며들기 시작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됩니다. 그렇기에 현재같이 금리가 인상되는 시기에는 잠재적인 리스크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행 보고서 중에서 ‘최근 주택임대차시장 여건 변화가 가계대출 건전성 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분석 글에 눈길이 갔습니다. 불과 1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나라 기준 금리가 2% 이상 상승하면서 임대차 시장의 상황이 변하고 있고, 이 변화가 가계부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분석한 글입니다. 원문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 약화로 주택매수심리가 위축될 경우 대체로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이동하면서 매매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전세가격은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주택시장에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과 동반 하락하고 월세가격은 상승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 거액의 보증금을 필요로 하는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수요가 커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주택시장이 움직였던 패턴과 다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경우에 그 수요가 전세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전셋값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현재는 월세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부동산 불패 신화는 전세자금이란 원동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자금을 활용해서 많은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고 보유 주택 수를 늘릴 수 있었고, 가격이 상승할 때 높은 수익률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금리로 인해 전세의 거주 비용이 월세보다 비싸지면서 자금의 흐름이 바뀌고 있습니다. 주택 가격 상승의 원동력이었던 전세자금이 마르고 있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벌써 내년 연준의 금리 인하를 가정하고, 주택 시장의 흐름이 바뀔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최근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정부마저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연착륙을 막기 위해 다주택자에게 가해지던 규제를 풀면서 몇몇 이들은 불패 신화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래를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연준 의장 파월의 발언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파월은 지난 12월 FOMC 회의 이후에 2023년 기준 금리를 5.1%로 기준선을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은 이를 유지하고, 2024년 4.1%, 2025년 3.1%를 언급했습니다.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지만,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즉, 어떤 위기가 없는 한 다시 제로 금리로 급격하게 낮추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 가이드라인을 참조하자면, 우리나라는 미국이 통화정책의 변화를 주더라도 금리를 낮추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내려도 미국의 상황을 보면서 찔 내리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 봐야 합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수년간 3~4%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우리는 10년 넘게 미국의 제로 금리를 유지하던 상황에 익숙해져서 현재 금리가 너무 높아 보이지만, 이는 역사적 평균 수준입니다.

 

월세가 급격하게 상승해서 다시 전세가 저렴해진다면 다시 이 흐름은 바뀔 수 있겠지만, 한동안 이 추세가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주택 가격 상승의 동력이 점점 떨어지게 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현 정권에서 최후의 카드인 DSR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근본적인 금융환경의 변화가 없는 한 미풍 정도에 그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전세가격의 하락은 그간 과도하게 상승하였던 전세가격이 일정 수준 조정되는 양상을 내포하고 있으며 실수요자의 거액 임차자금 조달부담 감소, 갭투자 유인 축소 등을 통해 주택시장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측면이 있다. 반면 전세가격이 단기간내 빠르게 하락할 경우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부담이 가중된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 10% 하락시 임대가구의 85.1%는 금융 자산 처분만으로, 11.2%의 가구는 금융자산 처분과 함께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서 보증금 감소분을 마련할 여력이 있지만 나머지 3.7%의 가구는 금융자산 처분 및 추가 차입을 통해서도 이를 마련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가구의 반환 부족자금 규모는 가구당 평균 3천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전세금이 단 10%로 빠지는 것만으로도 3.7%의 가구는 자금을 마련하기 힘들고, 부족 자금이 평균 3천만 원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최근 ‘빌라왕’을 비롯해서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이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갭투자자를 중심으로 이미 한계에 도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대부분 경매로 나오기 때문에 주택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현재 법원 경매의 낙찰률과 낙찰가액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금리 인상의 속도는 떨어지겠지만, 아직 인상이 끝났다고 볼 수 없는 시점입니다. 그렇기에 인하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겠죠. 한국은행은 임대 가구의 보증금 반환에 대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평가했지만, 저는 통계 자료를 보면서 그들이 잠재적 리스크에 대해서 과소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전세금이 -40%까지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 봅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 보고요. 그렇지만 중간선인 -20%까지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이렇게 될 시에 임대 가구당 약 5,000만 원의 부족 금액이 발생하고, 이 중 6.4%의 가구는 차액을 반환하지 못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준이라면 한국은행의 전망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주택담보 대출 보유 차주의 DSR이 60%가 넘었다는 점을 함께 놓고 본다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임대 소득과 실제로 분할 상환되지 않는 대출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어서 실제로 이보다 낮을 것이라 언급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럴지라도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봉이 1억 원이라면 실제 세후로 손에 쥐는 돈은 약 7,800만 원가량 됩니다. 그런데 DSR은 세전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세후로 따진다면 은행 대출을 상환하면 연에 실제 남는 돈을 1,800만 원입니다. 고정비로 나가는 돈을 제외하면 사실상 소비의 여력 자체가 없는 것이죠.

 

주담대 외에 신용대출까지 있다면 DSR이 사실상 70%를 넘었다고 한국은행은 밝혔습니다. DSR 70% 이상은 사실상 부채 상환 능력이 상실했다고 평가합니다. 그렇기에 앞서 다른 글에서 한국은행은 이미 한계 금리에 왔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5% 이상으로 올린다고 하니, 우리는 기준 금리 3.5%에서 절대 멈출 수가 없을 겁니다.

 

적어도 3.5% 이상, 4%까지는 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봅니다. 이미 한계에 도달했는데, 금리로 인해 DSR 70%를 넘는 불가피한 현실을 마주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런데 한계를 넘는 금리가 얼마나 오랜 시간 유지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준이 제시한 대로 2025년 기준 금리 3%라면 우리는 내릴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예상보다 이 상황이 오랜 시간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기준 금리 4%의 상황이 2년가량 유지되었을 때, 나는 과연 버틸 수 있는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연준이 목줄을 죄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언제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꿀 것인가를 주시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여기서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면 우리 경제가 부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가기 때문에 머지않은 미래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지 모릅니다. 통계치만 보더라도 현 주택 가격은 이미 우리 경제의 한계 수준을 넘어선 수준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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