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013년부터 시작한 완화적 통화정책, ‘아베노믹스’를 수정하기로 검토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내년 4월에 일본은행 총재가 바뀌기 때문에 이 시점에 맞춰서 통화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인해 초약세를 보이던 엔화가 일부 반등을 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간절히 원했던 소비자물가가 3.6% 상승하면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지난 30년 동안 물가가 오르지 않아서 뒤로 계속 후퇴했던 것인데 얼마나 감격스럽겠습니까? 유례없는 엔저에 국민들이 가난해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기 위해 노력했으니 눈물이 앞을 가릴 겁니다.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목표를 달성했기에 이제 통화정책의 방향을 수정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문제는 10년 동안 아베노믹스를 하면서 국채도 일본은행이 사고, 심지어 주식도 일본은행이 사면서 금리를 올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전체 국채의 절반을 일본은행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면 이자 부담도 증가하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손실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금까지 낮은 국채 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무제한 매입이란 카드로 금리를 억지로 유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면서 금리를 급하게 올리자 더 많은 돈을 투입해서 국채를 매입했습니다. 그 결과 발행한 장기 국채의 절반을 일본은행이 소유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진 것이죠. 국채의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내리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꾸면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합니다. 금리를 1%만 올려도 약 280조 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일본은행은 밝혔습니다. 일본은행의 충당금과 준비금이 약 100조 원에 못 미치기에 기준금리 1%만 되어도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폭탄을 떠안고 있는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화폐의 가치가 과연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들은 금리를 올릴 수가 없습니다. 올려도 아주 소폭 인상에 그칠 것이라 봅니다. 물가 관리가 최우선인 중앙은행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죠. 금리를 올리면 감당할 수 없는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이대로 유지하면 잃어버린 40년이 되니 그들은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다른 해법을 제시합니다.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이 2,000조 엔을 돌파했습니다. 그중 절반이 은행 예금과 현금으로 잠들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중에 10%만 주식시장으로 끌어와도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한 것이죠. 이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치하기 위해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합니다. 약 400만 원에서 1,000만 원 한도로 5~20년 투자 차익에 대해 과세를 면제해서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엔화가 신뢰를 잃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이 자금을 달러로 바꿔 미국 주식을 사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일본 국채의 상당 부분을 국민들이 매입하면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유지해왔는데, 이 자금이 투자로 전환되면 일본 정부는 더 이상 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환장할 노릇일 겁니다. 뭔 짓을 해도 잃어버린 30년이란 늪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어 보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합니다. 1980년대 버블의 영향이 2022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전 재산이 아파트 한 채이기에 아주 많이 올라서 부자가 되길 바랍니다. 물론 적정 수준 올라야 하지만, 너무 많이 올랐을 때의 부작용을 일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물가상승률 높다고 0.75%씩 금리를 올리는 결정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그들의 경제가 탄탄한 것도 있지만, 모기지 대출에 대한 부담이 소득의 10% 이하이기 때문입니다. 저축률이 낮을지라도 비유동자산보다 유동자산의 비중이 높은 것도 주목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금리 변화에 대해 영향을 덜 받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비유동자산의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에 지금같이 금리가 올랐을 때 가계가 받는 타격이 큽니다. 소득에서 모기지 대출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 때문이죠. 온 나라가 부동산 열풍에 휩싸여서 가격이 오를 때는 좋지만, 너무 과도한 버블이 형성돼서 거품이 꺼지면, 정부가 무슨 정책을 써도 효과가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바로 옆 나라를 통해 보고 있습니다.
외국계 은행들은 한국은행이 더 이상 금리를 올리기 힘들 것이며, 기준금리 3% 수준에서 한계금리가 왔다고 말합니다. 과도한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부작용입니다. 경제의 방향을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던지 이에 대해 큰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편중된 자산을 재배분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수년 내 이를 달성하느냐 여부가 굉장히 중요한 부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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