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제를 쉽고, 재미있게 더블유투자자문입니다. 오늘은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2월 기자 간담회에서 했던 말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그의 말을 천천히 곱씹어보면 현재 세계 경제의 흐름과 우리나라 상황, 그리고 우리나라의 한계 금리는 대략 어디까지 갈 것인지 예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대외 여건을 살펴보면, 지난 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에 세계 경제는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둔화 흐름이 이어졌지만 둔화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진 모습입니다. 주요국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에서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미국의 1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6.4%로 지난해 12월 6.5%보다 0.1%p 낮아지는데 그치는 등 둔화 속도가 빠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먼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CPI부터 보겠습니다. 2022년 7월에 전년대비 9.1% 상승을 최고점으로 해서 점진적으로 둔화되는 것이 한눈에 보입니다. 2023년 1월부터 6%대에 진입하면서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의 효과가 나오기 시작한다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그런데 시장의 기대와 달리 2월 CPI가 예상치(6.2%)를 상회했고, 그 감소 폭의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안 그래도 CPI가 발표되고 불안한 가운데 PCE 통계가 나왔습니다. 연준의장 파월이 FOMC마다 늘 강조한 물가 지표는 개인소비지출(PCE)입니다. PCE는 2023년 2월 예상치를 크게 벗어난 5.4%가 나왔습니다. 금리인상을 계기로 조금씩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1월 5.0%에서 2월 5.4%로 다시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연준의장이 강조하는 또 다른 통계치는 고용지표입니다. 미국 서비스업의 강세로 근로자가 부족해서 임금이 상승하고, 이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음을 매번 언급했습니다. 그래서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살펴보겠습니다. 보통 50이상을 호황, 50미만을 경기 위축이라 말합니다. 2023년 1월 전월 56.5에서 49.6으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이러자 드디어 연준의 긴축에 대한 효과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1월 55.2로 크게 상승하면서 불과 1개월 만에 환호가 한숨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자 연준이 다시 빅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에 시장이 다시 위축되기 시작합니다. 연준 인사 중에서 1월 0.25%로 속도를 늦추면 안 되었다고 말하고, JP모건 CEO 등의 금융계의 몇몇 인사들은 기준금리를 6%대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티스토리 블로그에 월드뱅크의 2023년 경제전망을 번역해서 올려놨는데요. IMF, 월드뱅크 등은 연초에 예상보다 더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밑에 더 보기 란에 링크를 걸어 놓겠습니다. 3월에 한계 금리에 대해서 연준이 업데이트 자료를 내놓는다고 했으니 그때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6%대 금리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습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미 연준뿐 아니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커지는 모습입니다.”
연준의 기대만큼 물가상승률이 떨어지지 않자 최종 금리를 더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에 다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달러인덱스로 보면 굉장히 많이 오른 수준이라 할 수 없겠지만, 외부 충격에 취약한 우리나라는 환율 시장이 다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환율은 1,200원대에서 1,300원대로 약 8% 하락합니다. 환율이 요동치면서 외국인 매물이 일부 나오기 시작하자 다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또한 미국 국채 금리를 보더라도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금리가 높아야 합니다. 작년 연준의 급격한 긴축을 계기로 해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이 되었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도 정상적인 시장은 아니지만, 어쨌든 최근 연준의 누그러진 발언과 베이비스텝으로 금리가 소폭 하락을 보이며 채권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다시 빅스텝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최근 금리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고, 미국 국채 10년물이 재차 4%를 돌파했습니다. 이에 영향받은 우리 시장도 다시 불안해지는 모습입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벗어나기 위해 통화 완화 정책으로 몸무림을 쳤지만, 디플레이션이란 늪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소비자물가지수가 약 40년 만에 4% 대가 나오면서 그들은 환호하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일본의 통화 정책이 바뀔 것인가에 기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때마침 일본은행 총재도 바뀌기 때문이죠. 즉,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는 쪽으로 통화정책을 수정하면 저금리에 실망해서 일본을 떠났던 자금이 자국으로 유턴하면서 엔화를 적극적으로 흡수한 자본시장은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은 총재는 이런 복합적인 세계적인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한 것입니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을 반영해서 이번에 3.5%로 동결하고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물가 상황을 보면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2%로 전월 5.0%보다 오름세가 확대되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중 5% 내외를 나타내다가 3월에는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 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상당폭 낮아지겠으며, 그 이후에도 수요 압력 약화 등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말에는 3% 초반 수준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유가가 작년 6월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고, 현재 작년 예상 범위를 훨씬 밑돌고 있어서 우리와 같이 에너지를 모두 수입하는 나라에게는 분명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한은 총재 말대로 작년 3월에 유가가 배럴당 130불까지 치솟았는데 현재 70불 수준이기에 3월 인플레 통계는 꽤 낮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작년 5월, 6월도 120불에 육박했던 만큼 현 수준에서 유가의 큰 상승이 없다면 갈수록 물가상승률은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가스비, 전기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의 폭을 만약 단계적으로 올렸다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미국과 금리의 격차가 벌어지더라도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면서 경제 상황을 지켜볼 여지가 더 커졌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1월 소비자물가의 재상승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가고 있습니다.
금리인상의 주된 목적은 물가상승 억제인데, 이 효과가 실제 경제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통해 당장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기대 인플레의 하락입니다. 현재 기대 인플레가 재차 상승한 시점에 금리 동결이란 결정을 내렸기에 인플레 둔화 속도가 한은의 기대만큼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겠습니다.
“그 결과 연간 상승률은 11월 전망치 3.6%를 소폭 하회하는 3.5%로 전망됩니다. 다만 금년 중 물가 흐름을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인플레이션 수준은 주요국보다 대체로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 등으로 둔화 속도는 주요국에 비해 완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번 전기, 가스요금 인상으로 난방비 폭탄을 맞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의 적자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한전, 가스공사는 추가 인상을 예고했지만, 국민적 반발 여론에 부딪혀서 잠시 보류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소비량이 줄어드는 여름에 가스비는 추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까 관측됩니다.
진짜 문제는 3년 연속 라니냐 현상이 지속되면서 연초에 강력한 추위를 몰고 왔습니다. 사실 3년 연속 발생한 것도 굉장히 이례적이라 할 수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만약 올겨울에도 한파가 몰아닥친다면 난방비는 핵폭탄이 될지도 모릅니다.
또한 식품가격 인상이 1월 통계치에 반영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높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면서 기업들은 소비자가 인상을 보류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는 잠시 인상의 시기를 늦추는 정도라고 봅니다.
종합적으로 본다면 한은 총재의 언급대로 작년 3월 고유가에 대한 기저효과,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정부의 식품업계 가격 인상 제동 등으로 물가상승의 압력은 점점 줄어들 전망입니다. 다만 하반기에 공공요금과 식품가격 인상이 예고된 것과 다름없기에 떨어지는 속도가 다른 국가들보다 완만할 전망입니다. 작년 연말부터 정부 고위관리자와 여당을 중심으로 금리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발언이 나왔습니다. 아마 이도 고려해서 이번에 동결로 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최종 금리에 대해서 이번 회의에서는 한 분은 현재 3.5%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셨고요. 나머지 다섯 분은 당분간 최종 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아울러 금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회의에서는 추가 인상과 관련해서 의견이 반반으로 갈린다고 했는데,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면서 동결로 의견이 기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다음 회의에서 3.75%로 인상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미국의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 판단됩니다.
현재 언론에서 3.75%까지 인상 후에 동결, 그리고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보도하고 있는데요. 저번 2월 FOMC 영상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한계 금리를 넘었다고 보여집니다.
매번 간담회 때마다 기자가 한은 총재에게 금리인하 시점을 언제로 보고 있냐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 것 봐서는 그들도 지금 힘든 상황인 것 같습니다. 사상 처음 가계대출이 감소했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대다수는 버티기 모드에 들어간 만큼 지금 아주 힘든 시기일 것입니다. 정부 또한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침체 또는 붕괴 등을 막기 위해 동결을 원하는 눈치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기준금리 4% 이상의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미국이 5~5.25%에서 멈출 것이라 보이지 않습니다. 3월에 구체적인 금리의 정점이 업데이트하겠지만, 6% 내외 수준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한은이 정부의 입김에 영향받지 않고 독립적인 금리 결정을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 봅니다. 지난 시간 동안 우리 경제는 고도성장을 이어왔기에 호황, 불황에 관계없이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도 이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경제성장률이 정체되는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공공요금 등의 가파른 인상으로 소비침체까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늘어나기만 했던 가계부채가 이제 국내총생산(GDP)을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다면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이제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을 누리기 힘들다고 보입니다. 즉, 지금은 부채의 축소를 유도해서 튼튼한 가계 대차대조표를 만드는데 최적의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인기 없는 정책일지라도 디레버리징이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라 봅니다. 당장 힘들다고 이를 방치한 상태서 다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한은이 만약 여기서 금리 인상을 멈추고 연말 혹은 내년에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을 전환한다면, 당장은 모두에게 숨통이 좀 트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유의미한 디레버리징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상처는 계속 악화될 것입니다. 수술을 해서 고름을 짜낸다면 분명 건강한 경제로 회복하겠지만, 이를 터지지 않게 관리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감당할 수 없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모릅니다. 이 관점에서 한은의 통화정책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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