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에서는 ‘삼성생명법’을 놓고 설전이 오가고 있습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이 보험업법 개정을 발의하면서 케케묵은 논란을 재점화했는데요. 그러자 국민의힘이 ‘삼성 해체, 반 시장경제’라 반발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재벌가의 집사’라며 반격했습니다. 어쨌든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소유한 600만 개미들이 떨고 있다는 뉴스가 도배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삼성생명법이 뭐길래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것일까요?
논란 1. 주식 평가액의 잣대
이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삼성그룹의 지분구조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삼성그룹의 핵심 회사는 누가 뭐라 해도 삼성전자입니다. 문제는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의 지분율이 너무 낮다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불과 1.63%로, 특수관계자 지분을 모두 합쳐도 약 12%에 불과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삼성생명을 동원해 약 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력 덕택에 적은 지분임에도 삼성전자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삼성생명법’이 논란이 되었던 이유는 ‘삼성생명에 위탁한 고객의 돈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때문입니다. 삼성생명은 1980년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는데, 당시 주당 약 1,000원에 약 5,000억 원가량을 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주당 55,000원 정도 되니 어마어마한 차익을 남기고 있는 셈이죠. 애초에 이 법은 2014년에 처음 발의되었지만 번번이 무산이 되었습니다. 현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총자산의 3% 이상 특정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의 자산은 약 320조 원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어떤 방식으로 평가하는지에 따라 문제가 발생합니다. 먼저 처음 주식을 산 1980년대 매입가로 평가하자면 전체 자산의 0.16%에 불과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자산의 3%를 넘지 않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 시가로 본다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평가액은 약 30조 원으로 자산의 9%가 되기에 약 6%를 팔아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삼성생명은 약 20조 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하기에 시장에 대혼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미국 금리 인상에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다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반시장적이란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삼성그룹만 언제까지 봐줄 수 없으니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라는 것이 반대 측의 요지입니다.
논란 2.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약화?
국회에서 ‘삼성생명법’이 통과하면, 물론 유예기간이 있으나 삼성생명과 화재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하고, 그렇게 될 시에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가 됩니다. 삼성그룹 내에서는 삼성물산이 약 5%로 최대지분을 소유하게 되고, 물산이 그룹 지주회사가 되면서 이재용 회장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파집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상장회사일 경우에 지분 20%를 취득해야 합니다. 삼성전자 현재 시가총액이 300조 원이 넘기 때문에 단순 계산을 해봐도 15%, 약 40~50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매각해서 재원을 마련할 것이란 소문부터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서 중간지주사를 만들 것이란 풍문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액수의 차이가 있을 뿐,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에 삼성을 흔들지 말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라 봅니다. 안 그래도 주가가 비실비실한 데 여기서 더 내릴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불안의 요소가 될 수 있죠.
해결책
그러나 이 문제의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현금성 자산만 약 130조 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통 크게 삼성 금융사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를 소각한다면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도 올라가고, 이에 투자한 주주들도 환호할 것입니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일부 매각해서 완전한 지주사를 만들면 아주 심플합니다.
물론 앞으로 경영 환경이 예측되지 않는 불확실한 세계 경제의 흐름 가운데 신기술을 위한 투자와 M&A 등을 할 수 있는 실탄이 소진됩니다. 그렇기에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막대한 돈을 쓴다는 자체가 부담일지 모릅니다. 이제 이재용 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의 아들이 아닌 뉴 삼성의 수장으로써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가 어떤 행보를 결정하느냐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600만 주주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삼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기업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옥살이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문제로 지금까지 재판받는 등 부정적인 시선 또한 존재합니다.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삼성의 총수는 단순한 기업의 수장이 아닌 훨씬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국민들이 더 애정을 갖고 지켜보기에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이 뒤따르게 되고, 그 중압감은 실로 상상하기 힘들 정도일 것입니다.
최근 그의 발언을 보면 후발주자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반도체 기업을 일궈낸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는 절박함이 느껴졌습니다. 이제 삼성은 세상에 없는 새로움으로 업계를 주도해 나가야 하는 입장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그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뉴 삼성에 이재용 회장만의 색채를 입히는 첫 단추가 될 전망입니다. 또한 삼성그룹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결단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통 큰 결정으로 빨리 부정적인 시선을 털어버리고, 대만을 넘어 진정한 세계 1위의 반도체 회사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오늘의 경제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기차=테슬라’란 공식은 깨지고 있는 것일까? (0) | 2023.01.07 |
---|---|
한국은행 보고서를 통해 보는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 (0) | 2023.01.07 |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0) | 2023.01.07 |
부동산 정책 규제 완화는 효과가 있을까? (0) | 2023.01.07 |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으로 본 올해 통화 정책 전망 (0) | 2023.01.07 |
댓글